칼럼 역류성식도염
칼럼 2026년 5월 22일

보쌈과 아내의 두드러기

김형준
김형준 대표원장

늦은 시간에 퇴근해 밥을 먹으려 앉아서 아내를 보니 얼굴에 어제는 없던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얼굴을 보자마자 뭘 먹었냐고 먼저 물어봤다.

가렵지 않은 두드러기

가렵지 않은 두드러기 아내가 얘기한다. 점심시간에 친구와 식당에서 돼지고기 보쌈을 먹었는데, 많이 먹지도 않고 밥이랑 보쌈 6~7점을 상추에 싸서 먹었다. 평소 돼지고기가 안맞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청량고추도 넣어서 먹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지난 뒤부터 명치 밑이 답답하기 시작했다. 체한 것 같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꽉 막힌 느낌, 울렁거리는데 몸이 좀 저린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음식을 먹으면 목구멍이 열려서 넘어가야 하는데, 안 열리는 느낌이라 삼키기 힘들고, 목이 부어서 침 삼킬 때 아프고 몸살 기운도 있다. 아내가 손을 내밀길래 맥을 보니 감기 기운은 없고 위장에 체기(滯氣)만 있을 뿐이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과 두드러기가 겹쳤다. 그렇게 속이 안 좋아 집에 있는 한의원 소화제를 먹고 버티다가 내가 와서 얼굴을 보고 두드러기를 발견한 거다. 정작 본인은 두드러기가 난지도 모르고 있었다. 가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제야 종종 걸음으로 거울을 보러 간다.

진료실에서 보면, 두드러기가 났다고 오는 분의 대부분은 가려움을 호소한다. 그래서 가렵지 않은 두드러기는 더 자세히 봐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올라왔는지를 따라가야 한다.

돼지고기 보쌈이 가진 성질

한의학에서는 음식을 두 가지 축으로 본다.
하나는 그 음식의 성질, **차고 따뜻한 성질(寒熱)**인지 **건조하고 습한 성질(燥濕)**이다.
또 하나는 어떤 체질에게 맞는 음식인지다.
돼지고기 보쌈과 상추

  • 돼지고기 — 소양인 음식이다. 성질은 차면서도 무엇보다 습(濕)한 기운이 매우 강한 음식이다.
  • 상추 — 소양인과 태양인에게 맞는 음식이다. 성질이 차고 역시 습한 채소이다.

둘 다 한쪽으로 치우친 음식이고, 같이 먹으면 차고 습한 기운이 한꺼번에 위(胃)로 들어간다. 위장에 열이 많이 있는 소양인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체질이 같지 않고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는 누군가에게는 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소음인과 돼지고기 보쌈

아내는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본래 심장과 소화기 기운이 약한 체질이다. 따라서 찬 음식과 습한 음식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중에서도 아내는 **습(濕)**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찬 것 못지않게, 습한 음식이 들어왔을 때 더 크게 몸이 안 좋아진다. 더군다나 돼지고기와 상추 모두 소음인 체질에 안 맞는 음식들이다.

아내에게 대변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설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찬 기운이 강했다면 설사로 빠져나갔겠지만, 습한 기운이 더 강해 위(胃)에 머물러 막혀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체(滯)**한 것이다. 명치 밑이 꽉 막힌 듯한 느낌, 울렁거림, 몸이 저린 듯한 답답함은 모두 이 "막힘"의 다른 표현이다.

위(胃)에서 기운이 막혔는데, 증상이 얼굴에 생기는 이유

왜 하필 얼굴에 두드러기가 났을까?
족양명위경 경락
한의학에서는 몸을 따라 기운이 흐르는 12개의 큰 길을 그리는데, 이 길을 경락(經絡)이라고 한다. 그중 위장(胃)에서 시작해 얼굴까지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름은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
이 경락은 발 두 번째 발가락 끝에서 시작해 정강이 앞쪽 → 무릎 → 허벅지 → 배 → 가슴 → 목 앞 → 턱 → 뺨 → 눈 아래 → 이마로 이어진다. 즉, 위장과 얼굴이 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아내가 침을 삼킬 때 목이 아팠던 것도, 답답한 기운이 복부에서 멈추지 않고 이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는 신호다. 그 길의 끝이 얼굴이고, 그래서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타난 것이다.
가렵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서 설명된다. 외부 알레르겐에 대한 피부의 반응이라기보다, 내부에 머문 한습한 기운이 경락의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이는 곳과 원인이 있는 곳

피부에 무언가 올라왔을 때 피부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즉, 원인이 소화기에 있는데 아무리 피부만 치료를 해봤자 병이 낫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의학이 피부 증상을 다루며 위장을 살피고, 경락의 흐름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상이 보이는 자리와 그 증상이 시작된 자리는 다를 수 있다. 위장에서 시작된 답답함이 얼굴의 두드러기와 목의 통증으로, 비위의 막힌 기운이 손끝의 저림으로 — 한 사람의 몸 안에서는 이런 흐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같은 두드러기라도 어느 경락에서 일어났는지에 따라 다루는 방향이 달라진다.
진료실에서 환자분을 만날 때 음식과 체질, 그리고 증상이 나타난 자리를 함께 묻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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